previous arrowprevious arrow
next arrownext arrow
Shadow
Slider

기억의 전쟁

Untold 

이길보라 – 한국 – 2018 – 79분 – 다큐멘터리 – 베트남어, 한국어 – 한국어자막, 한국수어영상

 

 

작품 줄거리

한국은 1964년부터 약 10년 동안 총 32만 5천여 명의 한국군을 미국의 베트남전쟁에 파병했다. 베트남은 80개 마을에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을 겪었다. 영화는 민간인 학살에서 살아남은 여성, 전쟁의 참상을 목격한 농인, 유가족이 된 시각장애인의 삶을 따라가며 그들의 기억을 담는다. 그들은 무엇을 기억하고 있을까. 그들의 기억은 무엇과 싸우고 있을까. 여성 생존자 응우옌 티 탄은 한국의 책임을 묻는 시민평화법정에 증인으로 선다.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요다

 

프로그램 노트

세 사람이 각자의 언어로 기억을 말한다. 죽은 이들의 이름은 물론, 그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들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나는 그날 어디서 뭘 했는지 이야기한다. 기억을 말하는 사람들이 또 있다. 몇 명을 몇 날 며칠에 죽였는지, 왜 죽였는지, 왜 죽일 수밖에 없었는지 이야기한다. 두 기억의 간극은 누가 만든 것일까. 연간 300만 명이 넘는 한국인이 방문한다는 베트남. 감독은 베트남을 익숙한 모습과는 사뭇 다른 색채로 담아낸다. 우리가 만나야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생존자이자 유가족인 응우옌 티 탄은 그날 한국군의 총에 맞았고, 그 흔적이 지금도 몸에 남아있다. 목격자 딘 껌은 한국군이 그날 사람들을 한 곳에 몰아넣고 총으로 쏘는 것을 ‘내가 봤다’고 수어로 전한다. 유가족 응우옌 럽은 생존자인 어머니가 살아생전에 해 준 얘기들을 들려준다. 세 사람의 기억은 역사가 될 수 없는 것일까? 죽은 사람과 죽음을 목격한 사람은 있는데 죽였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심지어는 ‘적이기 때문에 죽였으니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위령비에 빼곡한 아이들, 여자들, 노인들은 정말 ‘적’이었을까? ‘국가의 부름’이라는 명목으로 총을 겨눈 사람과 그 총구 앞에 서야 했던 사람들. 서로가 왜 그런 식으로 만나야 했는지 따져 물어 진실을 밝히는 것은 또 다른 국가폭력과 학살을 막기 위함이다. 피해자가 원할 때, 피해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진실규명, 범죄인정 그리고 공식사죄와 법적 배상이 이루어졌을 때 비로소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학살을 기억하는 이들이 고통을 감내하며 기억의 문을 연다. 우리는 그 문 안으로 들어선다. 문 안에서 그들의 기억을 마주했다면, 우리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들의 기억을 어떻게 기록하고 기억할지는 우리의 몫이다. 총을 쥔 이들이 전쟁의 명분과 경제적이득만을 역사로 기록했다면,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들을 엮어 ‘기억의 역사’를 쓸 것이다.

서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팀

 

인권해설

역사를 기억하고 기록하는 힘

한국 현대사에서 한국전쟁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민간인이 학살당한 사건, 제주 4·3. 당시 제주도 인구의 10분의 1가량인 3만여 명이 국가 공권력에 의해 희생되었다. 그리고 약 20년 후, 20만여 명의 한국군이 파견된 베트남에서는 제주에서 일어난 일들과 똑같은 일들이 일어난다. 학살, 불타는 집, 울부짖는 소리, 그리고 강요된 침묵.

영화에 나오는 1968년 베트남의 모습은 언어만 다를 뿐, 1948년 말 제주의 모습과 닮아있다. 제주 4·3을 겪으며 어떻게든 ‘빨갱이’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평생을 고군분투했던 제주도민들은 한국전쟁뿐만 아니라 베트남전에도 다수 참전했다. 보훈처에 등록된 베트남 전쟁 참전 유공자는 19만 1,436명. 그중 2,297명이 제주도민이다.

그렇기에 4·3의 기억은 70년 전에 끝난 것이 아니다. 공식적인 기록에 따르면 제주 4·3은 1947년 3.1절 발포사건부터 시작해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령이 해제된 때까지라고 되어 있지만, 제주에서의 4·3은 1950년 한국전쟁으로, 1960년대 베트남 전쟁으로 그리고 독재정권 시기 전반에 걸친 간첩조작사건으로 이어졌다. 이같은 국가폭력의 굴레는 계속해서 반복된다. 왜 이렇게 폭력은 반복되는 것일까. 폭력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과거사 청산’이라는 단어를 국제인권기준에서는 진실, 정의, 배상, 재발방지, 기억으로 나눠서 소개하고 있다. 이 다섯 가지 요소가 순차적으로 이뤄질 필요는 없지만, 각각의 요소들이 충족되었을 때 비로소 우리는 ‘과거사가 청산되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제주 4·3은, 베트남 전쟁은 어디쯤 와 있을까. 진실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고, 그 누구도 처벌되지 않았으며 생존자들에 대한 어떠한 배상도 이뤄지지 않은 역사는 당연히 제대로 기억되지 못하고 같은 폭력의 재발을 방지하지도 못한다. 제대로 기억되지 못한 제주 4·3과 한국전쟁의 트라우마는 베트남 전쟁으로 이어져 국경을 넘나드는 고통을 양산했다.

고통스러운 경험을 기억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그렇지만 시간이 흘러도 무뎌지지 않는 기억을, 예고 없는 통증으로 떠오르는 상처를, 함께 바라보고 기억하는 것은 중요하다. 생존자의 곁에 서서 함께 고통을 기억하고 끔찍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연대의 몸짓만이 이 폭력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다. 국가폭력의 역사를 기억하고 기록하는 힘은 바로 거기에 있다.

백가윤(제주다크투어)

 

감독

이길보라 감독 사진

이길보라 LEE-KIL Bora

농인 부모로부터 태어난 것이 이야기꾼의 선천적인 자질이라고 믿고, 글을 쓰고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는다. 18살에 학교를 그만두고 동남아시아를 홀로 여행하며 겪은 이야기를 책 『길은 학교다』(2009)와 『로드스쿨러』(2009)로 펴냈다. 농인 부모의 반짝이는 세상을 딸이자 감독의 시선으로 담은 영화 <반짝이는 박수 소리>를 찍었고 동명의 책 『반짝이는 박수 소리』(2015)를 출간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방송영상과에서 학사 과정을, Netherlands Film Academy의 Artistic Research in and Through Cinema 영화학 석사를 마쳤다. 예술가로서의 지속가능성을 찾아 떠난 네덜란드 유학 경험을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2020)에 담았다.

 

장애인접근권 연출 망나(서울인권영화제) 태환, 수진(한국농인LGBT)

한국수어통역 수진(한국농인LGBT)

 

상영 일정

본 상영 11/25 10:00 ~ 11/26 10:00
앙코르 상영 12/1 10:00 ~ 12/6 10:00

 

라이브토크 – 관객과의 대화

12/3 20:00 서울인권영화제 유튜브 채널

스틸컷

댓글

  • 2020년 11월 25일
    호호

    잊지 않아야 하는 역사.. ‘기억의 전쟁’이라는 영화제목이 와닿습니다.

댓글 남기기

서울인권영화제

서울인권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