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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아틀라스: 메이커 시티

Cheongyecheon Atlas : Makercity 

리슨투더시티 – 한국 – 2019 – 49분 – 다큐멘터리 – 한국어 – 한국어자막, 한국수어영상

 

 

작품 줄거리

정밀, 빠우, 시보리. 낯선 단어가 적힌 간판 밑으로 구부러진 골목길이 이어진다. 그 골목길 사이로 존재를 부수고 터전을 딛는 포크레인의 낯선 소리가 울려 퍼진다. 도면만 가져가면 로켓도, 인공위성도 만들어 낸다는 을지로 제조산업지대. 가문 대대로, 또는 30년 넘게 일했던 공간은 ‘매장이전 안내’ 종이 한 장을 남기고 허물어진다. 서울시는 메이커시티를 표방하며 도시재생 정책을 펼쳤지만 정작 메이커들도, 메이커를 만드는 장인들도 하나같이 누구를 위한 사업이냐고 반문한다.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나현

 

프로그램 노트

서울시는 청계천·을지로 제조산업지구의 가치를 인정한다며 모두가 공생할 수 있는 도시재생 정책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개발의 포크레인은 단 하루도 멈추지 않았다. 세운3-1, 4, 5구역에선 현재 ‘고급 주거지’를 내세우는 오피스텔 ‘세운 힐스테이트’ 공사가 한창이다. 상인들은 금속이 탄생하는 소리 대신 이곳을 파괴하고 ‘세운’ 다는 건물의 공사 소리로 아침을 시작한다.

청계천·을지로 제조산업지구는 산업적 가치가 있는 근현대 유산이다. 금속 가공 업종에서 다양하게 나뉜 업체들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유기체를 형성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역사적, 산업적 의의 속에서 ‘사람’이 아주 오래, 일하고 있다. 가문 대대로 공업사를 운영하고, 40년 넘게 목형을 만든다. 오랜 세월 동안 철을 깎고 다듬고 녹여왔다. 오래 일해왔다는 것은 그곳이 단순한 일터에서 ‘삶의 터전’으로 변화한다는 것을 말한다. 그곳은 어느새 드릴 하나하나에 사연이 담겨있고 골목의 고양이에게 저마다 각자의 이름을 붙여준 곳이 된다. 동료와, 이웃과 함께 땀을 흘리고 믹스커피 한 잔을 마시며 수다를 떨다 보니 어느덧 그곳은 산업 생태계가 되었다.

어쩌면 집보다 더 오래,삶의 대부분을 보냈던 공간. 그 공간을 강제로 떠나게 되는 마음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아쉬움이 섞인 한숨 뒤로 지어지는 초고층 아파트를 본다. 사대문 안 마지막 남은 대규모 개발지에 지어지는 아파트라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는 ‘삶의 터전’. 그곳에서 누군가는 쫓겨나고, 누군가는 건물을 짓고, 누군가는 투자해 돈을 번다. 일의 기쁨과 슬픔이 있었던 거리. 그 거리를 다시 마주하기 위해 그들은 언제나처럼 빨간 조끼를 입고 쇠 냄새 배인 장갑을 낀다.

서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팀

 

인권해설

오래된 것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유 없는 구석이 없을 때가 있다. 노포의 메뉴 구성이나 작은 마찌꼬바 안 뒤엉킨 재료의 배열들이 그렇다. 골목이나 세계도 그렇다. 의도한 바 없이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들에는 각각의 이유가 자라있다. 지난 9월 철거된 서울 청계천 인근 인계동 시계골목이나 을지로 골목들이 그렇다. 조선의 골목 지도와 청계천 을지로의 오래된 골목을 겹쳐놓으면 무척 비슷하고 그 쓰임도 닮았다고 한다. 비슷해 보이는 골목이어도 길목 역할을 하는 골목의 존재는 그곳이 단지 물리적인 공간이 아니라 오랫동안 그곳을 나고 든 사람들이 만든 문화와 시간을 담고 있다고 알려준다.

골목을 나고 드는 사람들. 그들을 제외하고 공간을 말하기는 어렵다. 최근 서울의 지도는 다시 뉴타운 재개발 광풍이 부는 것처럼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용산참사의 폭력의 이면에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라는 위험성이 큰 금융기법과 높은 기대 이윤이 있었던 것처럼 빠르게 상승하는 서울의 아파트값은 더 큰 폭력을 불러온다. 이를 방증하듯 하루하루 재개발과 퇴거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다시 2008년이 된 것 같다’던 한 철거민의 말은 사실이었다.

11월 첫 주부터 청계천 을지로의 개발구역인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6구역의 철거가 시작됐다. 상인들과 <청계천-을지로 보존연대> 활동가들은 서로 이어지지 않고서는 산업을 유지할 수 있는 상인들이 함께 이동할 수 있는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 보존연대 활동가들은 사라지는 골목과 가게를 아쉬워하며, 마지막 모습을 함께 보는 3-6구역 투어를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찾은 3-6구역 인근 상인들은 청계천 을지로와 자신의 작업에 대해 안내했다. 작은 물건 하나를 만드는 데에도 나사를 깎는 가게, 구멍을 뚫는 가게, 용접과 매끄럽게 광택을 내는 가게, 칠하는 가게 등 수많은 공정이 필요하다. 서로 기댐으로써 만들어진 생태계의 조건은 다양성이다. 비슷해 보여도 똑같은 일은 하나도 없다. 청계천 을지로의 골목을 오가며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만들던 사람들에게는 개발이 시작된 후로 더이상 만들 수 없는 물건이 생겼다. 골목을 도는 동안 만난 사람들은 한 구역 한 구역이 철거될 때마다 할 수 있는 일이 적어진다는 아쉬움을 이야기했다. 인위적으로는 만들 수 없는 복잡한 기댐, 오랜 시간이 만들어낸 특유의 공간이 아파트 건설로 사라진다.

“용산참사 잊었느냐” 청계천 가게들 앞에는 이런 구호가 쓰여 있었다.

얼마 전, 용산 한남 뉴타운 개발로 시세차익을 거둔 성장현 용산구청장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한 설혜영 구의원의 제기를 구의회 의장이 묵살했다. 설혜영 의원은 용산구청 앞에서 농성 중이다. 용산참사 당시 용산구 국회의원이었던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용산참사가 일어났던 한강로에만 지난 3월 기준 6개의 상가 및 아파트, 그리고 분양권을 가지고 있었다. 용산참사 현장에 새롭게 건설된 ‘센트럴파크 헤링턴 스퀘어’ 아파트의 분양권도 포함되어 있다. 용산의 집값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핏줄 같은 골목을 지운 자리에 찍어낸 듯한 아파트가 세워지고 있다.

청계천 을지로의 가게들을 돌아다니다가 금형 주물을 찍어내는 ‘프레스’에 방문했다. 사장님은 기념 삼아 하나씩 가지라며 다양한 버튼이 담긴 봉투를 내밀었다. 국가대표 축구팀 마크부터 로터리클럽까지, 다양한 버튼이 모여있는 와중에 ‘의회’라고 쓰여있는 버튼이 눈에 띄었다. 시의원 버튼이었다.

의원님들 버튼을 만들어주던 소상공인, 노동자들이 대책 없이 쫓겨나고 있다. 용산참사를 잊은 것이 아니라 용산참사의 의미가 달랐으리라. 쫓겨난 사람들의 상처와,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손상은 회복이 가능하지 않지만, 의원님들의 집값은 올랐고, 참사의 주범 김석기는 국회의원이 되었다. 1만 점포, 4만 명의 노동자가 일하던 공간을 밀어버리고, 역사와 산업을 깨부수더라도 아파트값만 오르면 그만이란 말인가. 정말 그렇게 살아도 되는가.

윤영(빈곤사회연대)

 

감독

리슨투더시티 감독 사진

리슨투더시티 Listen to the City

리슨투더시티는 2009년에 시작했으며, 미술, 디자인, 도시계획, 영화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함께하는 소규모 그룹이다. 리슨투더시티는 한국 환경적, 사회적 무책임, 부동산 만능주의에 대한 문제에 대하여 의문점을 가지고 시작했다. 우리는 지속가능하고 회복력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페미니스트적 관점으로 도시를 사고하고,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

 

장애인접근권 연출 고운(서울인권영화제) 손다름, 태환, 엠마(한국농인LGBT)

한국수어통역 엠마(한국농인LGBT)

 

상영 일정

본 상영 11/23 10:00 ~ 11/24 10:00
앙코르 상영 12/1 10:00 ~ 12/6 10:00

 

라이브토크 – 관객과의 대화

12/2 20:00 서울인권영화제 유튜브 채널

스틸컷

댓글

  • 2020년 11월 23일
    용접맨

    아.. 나의 추억의 거리.. 사라지면 안돼…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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