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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미를 찾아서

Finding Haemi 

허지은, 이경호 – 한국 – 2019 – 25분 15초 – 극 – 한국어 – 한국어자막, 한국수어영상, 화면해설

 

 

작품 줄거리

성폭력 가해자 백 교수의 소설 속 등장인물 “해미”. 백 교수의 복직에 맞서는 대책위원회는 아홉 번째 해미를 기다린다. 선아가 문을 열고 들어선다. 해미들이, 문을 연다.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요다

 

프로그램 노트

문학계, 법조계, 연극계, 방송계, 교육계, 언론계, 종교계, 스포츠계, 음악계, 정치계, 의료계, 학술계, 시민사회단체계. 다 나열하기도 힘들다. 어쩌면 이런 나열은 필요 없는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작금을 ‘미투 이후’라고 말한다. 묻고 싶다. 우리에게 ‘이후’가 있었는지.

어떤 말을 해도 받아들여지는 위치에 있는 ‘당신’과 끊임없이 증거를 요구받는 우리가 있다. ‘미투’ 이전에도 이후에도 우리는 늘 말해왔다. 당신이 여전히 당당할 수 있는 이유는 당신이 옳거나, 우리가 침묵해서가 아니라 권력을 쥔 당신이 우리의 이야기를 없는 것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영화 속 백 교수의 복귀를 돕는 동료 교수는 해미와 연대하는 학생들에게 ‘확실하지도 않은 것에 휘둘린다’고 했다. 그의 말이 어떤 권력을 행사하든, 그는 결코 해미들의 기억을 심판할 수 없다.

당신은 “왜 이제 와서 그러냐”, “확실한 증거도 없으면서”라는 말, 혹은 “그랬다간 피곤해질 거다”라는 협박으로 우리 기억을 묻어두려 했겠지만, 비슷한 모양의 기억을 가진 우리가 함께 ‘기억의 문’을 연다. 세상에 나온 기억들은 아직 말하기를 망설이고 있을 해미들에게 찾아가 문을 두드린다. 해미인 나는 해미인 너의 곁에서 나를, 서로를 일으켜 세울 것이기에, 우리가 힘겹게 내뱉은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의 기억은 ‘당신’과 나 사이의 권력을 깨부수고 새로운 세상을 맞이할 힘이다.

영화 속 선아는 사라진 해미들의 가능성에 대해 생각한다고 한다. 우리는 사랑하는 것들을 두고 사라질 수밖에 없었던 해미들에게 한 명의 기억이 아니라 ‘우리’의 기억으로 연대한다. 이제는 사라진 해미들이 자신의 이름으로 불릴 수 있기를.

서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팀

 

인권해설

2016년 #문단_내_성폭력 해시태그 운동, 2018년 미투 운동을 통해 소위 ‘문인’들이 저질러온 성폭력이 공론화됐다. 수많은 피해자가 문예 창작을 배우는 학교 또는 학원, 평소 좋아했던 작가가 참여하는 문학 관련 프로그램, 문인 모임, 출판사, SNS 등에서 성폭력을 당하고 있었다. 가해자들은 스승과 제자, 저자와 애독자, 등단 작가와 작가 지망생, 유명 작가와 출판노동자라는 권력 관계를 남용했다. 성폭력을 은폐하기 위해 “문학을 하려면 탈선해야 한다”, “광인이 위대한 문학을 만든다”라는 궤변으로 피해자들을 세뇌하기도 했다.

<해미를 찾아서>는 성폭력 가해자에게 소설 속 등장인물 ‘해미’로 불리며 대상화됐던 피해자가 자신의 힘으로 글을 쓰며 권력을 깨부수는 ‘해미’로 주체화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동시에 성폭력이 공론화된 ‘이후’에 지속되는 싸움을 다루고 있기도 하다. 수많은 ‘해미’가 피해 사실을 증언했지만, 가해자의 권력은 여전하다. 법원은 증거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했고, 대학은 솜방망이 징계로 사건을 무마하려고 한다. 교수들은 동료인 가해자를 감싸면서 성폭력을 사소한 문제로 여긴다. 학생회는 중립이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가해자에게 힘을 실어준다. 대중의 관심은 점점 줄어든다. 미투 운동 이후 반성폭력 운동 현장에서 수없이 마주하고 있는 어려움이다.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피해자와 연대해온 민주는 두 가지 시선을 받는다. 첫 번째는 “선배도 해미예요?”다. 피해 당사자라서 열심히 싸우는 거냐는 시선이다. 두 번째는 “너 나중에 정치해도 될 것 같아.”다. 정치적 목적으로 운동하는 거냐는 시선이다. 마치 피해 당사자가 아니면 진심으로 성폭력 문제해결을 바라거나 피해자와 연대할 수 없다고 의심하는 것 같다. 민주처럼 되묻고 싶다. “네가 보기엔 어떤데?”

‘해미’든 아니든 우리는 연대할 수 있다. ‘아홉 번째 해미’가 용기 낼 수 있었던 이유는 그동안 싸움을 포기하지 않고 목소리를 내어온 해미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 곁에서 ‘해미’를 믿고 힘을 실어주는 연대자들이 있고, 가해자를 규탄하는 탄원서에 서명한 수백 또는 수천의 지지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해미’에게 시간이 필요할 때 기다려주고 ‘해미’가 돌아올 수 있도록 현장을 지키는 등대가 될 수 있다. 권력이 ‘해미’들을 지우지 못하도록 함께 기억하는 우리가 되어달라.

앎(한국성폭력상담소)

 

감독

허지은 이경호 감독 사진

허지은, 이경호 HEO Ji-eun, LEE Kyoung-ho

광주에서 함께 영화작업을 하고 있다. <신기록>을 공동연출 했고 제39회 청룡영화상 단편영화상을 수상했다.

 

장애인접근권 연출 망나(서울인권영화제) 태환, 수진(한국농인LGBT)

한국수어통역 수진(한국농인LGBT)

화면해설 고운, 권태, 채영(서울인권영화제)

 

상영 일정

본 상영 11/25 10:00 ~ 11/26 10:00
앙코르 상영 12/1 10:00 ~ 12/6 10:00

 

라이브토크 – 관객과의 대화

12/3 20:00 서울인권영화제 유튜브 채널

스틸컷

댓글

  • 2020년 11월 25일

    몰입하게 만드네요…

  • 2020년 11월 25일
    두루두루

    김 님의 말에 동감해요. 정말 몰입해서 봤어요. ‘다시 읽고 싶다’ 에도 공감했구요… 몇 번이고 다시 읽고 싶은 글과 다시 보고 싶은 영화..

  • 2020년 11월 26일
    aa

    (민주의 목소리로)“해미, 당신이 소설 속에서 애타게 찾아 해매던 소녀. 내가 바로 그 사라진 사람, 이름을 잃은 사람이었다. 사라진 해미들의 가능성에 대해 생각한다. 내가 도망쳤을 때, 나는 그곳에 그토록 사랑하던 나의 문장들을 그대로 버려두고 와야했다.” (선아의 목소리로)“나는 당신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도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이제 나는 당신이 부르는 해미가 아니라 내 스스로 당신을 찾아 깨부수는 해미가 되려한다. 내 이름 앞에 당신이 막아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당신에게서 벗어나려한다. 당신을 깨부수는 글을 쓰고, 잠시 무너졌던 나를 다시 세우는 글을 쓸 것이다. 다시 마주한 나의 문장들 위에 단단히 서서, 단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영화 잘 봤어요. 상영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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