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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나, 라힐맘

Hyena, Rahil’s Mom 

로빈 쉬엑 – 한국 – 2019 – 40분 20초 – 다큐멘터리 – 한국어, 벵골어 – 한국어자막, 한국수어영상

 

 

작품 줄거리

이것은 혜나의 이야기이다. 혜나의 아버지는 방글라데시 사람이고 어머니는 한국 사람이다. 한국에서 혜나는 ’한국말 잘하는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이 되고, 방글라데시에서는 ‘피부색은 같지만, 방글라데시 사람은 아닌 여행객’이 된다. 혜나는 언제나 이방인이다. 혜나는 더 이상 이 말을 그만하고 싶다. “나는 한국인입니다.”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망나

 

프로그램 노트

‘백의민족’, ‘순수혈통’, ‘단일 민족’. 오랫동안 한국의 민족성을 대표해온 단어들이다. 수많은 외국의 침탈로부터 한국을 지켜낸 정신이기도 하다. 하지만 2020년 한국의 거리를 둘러보자.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이 거리에 있다. 다양한 국가에서 온 사람들이 한국에 자리를 잡아 살아가기 시작한 건 오래된 일이다. 2018년 다문화 가구원은 이미 1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한국 총인구에서 2%를 차지하는 수이다.

혜나는 방글라데시에서 온 아빠와 한국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났다. 한국에서 태어난 후, 지난 24년 동안 같은 질문을 받아왔다. “어느 나라에서 오셨어요?” 어느 순간부터 혜나는 자신이 한국인임을 설명하기를 포기했다. 한국인이라고 말하는 순간 질문 세례를 받기 일쑤기 때문이다. 질문을 한 사람들은 답을 들은 뒤 홀연히 사라진다. 그 자리에 남는 찝찝함과 불쾌함을 감당하는 것은 오직 혜나의 몫이다. 어떤 이들에겐 금방 잊혀질 대화들은 혜나의 가슴에 오랫동안 남는 상처가 됐다.

요즘 혜나에겐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아들 라힐이의 미래가 자신의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라힐이는 사람들의 질문 세례를 어떻게 감당하며 살아갈까. 사람들의 시선과 질문이 변하지 않는 한, 혜나의 미래도, 라힐이의 미래도, 라힐이가 낳은 자녀의 미래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매일 외국인이냐는 질문을 받고, 외국인이 아닌 이유를 대답하면서 비슷한 소외를 경험하고 피로를 겪을 것이다.

사람들은 혜나의 정체를 묻고 혜나는 해명 대신 존재로 답한다. 사람들이 멋대로 긋는 경계를 딛고 혜나는 말한다. “그냥 다 같이 섞여서 있는, 다 같은 사람이잖아” 한국인과 한국인 사이. 거기에 혜나가 있다. 아무런 판단도 필요치 않는, ‘평범한’ 가족이 있다. 끝없는 질문을 멈추고 혜나를 마주하라. 이젠 우리가 혜나의 질문에 답을 할 차례다.

서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팀

 

인권해설

다문화가족이라는 말로 국가가 공적 지원을 시작한 것이 2008년이다.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 배우자와 그 자녀들을 지원하기 위한 법적 근거로 다문화가족지원법을 제정했기 때문이다. 이후 한국사회에서 ‘다문화’라는 말은 익숙한 단어가 되었다. 하지만 그 익숙함은 당사자들에게 차별이 되었다. 한국인과 다름을 나타내기 위한 구별이 될 때 그것은 인종화된 언어가 되어 ‘다문화’라는 범주 속 사람들을 향한 폭력이 되었다. 이름 대신 다문화로 불리고, 다문화는 뭔가 부족하고, 왕따 당하고, 피부색이 거무스름하고, 한국어가 서툴다거나, 불쌍한 존재로서 도움이 필요한 대상으로 타자화된 것이다. 그러한 타자화는 때로는 통계수치로 왜곡되고, 방송 프로그램 속에서 잘못 그려지고, 영화에서 다시 범죄자로 그려지곤 한다. 거기에 언론 보도는 다문화학생, 다문화청소년, 다문화여성, 다문화군인, 다문화은행원 등 끊임없이 개인보다 집단의 정체성을 부여하며, 한국인과 다른 존재로서 칭찬하거나 비난했다. 그러한 사회적 배경과 개인적 맥락 속에서 혜나는 성장했고 라힐이라는 아이를 낳았다. 그리고 그 남편이 이주노동자 출신의 영화감독 로빈 쉬엑이다.

“한국말 잘하시네요!” 또는 “어느 나라에서 왔어요?”라는 말을 끊임없이 들으며 한국에서 나고 자란, 소위 다문화가족의 자녀인 자신에게 수없이 상처를 입힌 보통의 한국인들이 미처 인식해 내지 못한 차별이 있다. 여전히 순혈주의에 사로잡힌 민족주의 의식이 뿌리 깊게 한국인의 무의식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문화 시대’라는 말은 선포되었지만, 다문화라는 언어적 의미와 이데올로기로서의 다문화주의 그리고 정책과 제도로서의 다문화 정책은 아직도 혼선과 혼돈에 놓여있다. 그사이에 자라나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거리에서, 일터에서 견디기가 힘들다.

나를 나로 보아주는 일, 나의 이름이 온전히 불리고, 내가 가진 정체성의 다양성과 복합성 그리고 교차성을 읽어내는 일이 당연해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여성이 여성이기만 하지 않듯이, 남성이 남성이기만 하지 않고, 우리의 정체성은 성별, 피부색, 외모, 성적지향, 장애, 연령, 학력, 사회적 신분, 출신국가, 출신민족 등 중의 한 가지로 수렴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같은 듯 보여도 너무나 다르다. 우리는 삶의 맥락에 따라 어느 한 정체성이 도드라지거나 숨겨지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피부색이나 생김새로 구분했을 때, 수많은 이주민들 중 50%이상이 중국이나 일본, 몽골 등으로 한국인과 비슷한 외모로 패싱(passing)되는 존재들이다. 이때 패싱은 또 다른 침묵을 불러온다. 말하지 않으면 이주민임을 숨길 수 있기에, 차별받지 않기 위해 침묵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는 안 된다. 누구나 존재 자체로 자신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사회여야 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냄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오늘 이 영화는 우리에게 말하는 것이다. 나를 뭉뚱그리며 어느 한 범주에 넣으려고 애쓰지 말고, 나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 달라는 것이다. 호기심의 대상에게 쉽게 다가와 말을 걸며 사적인 질문을 스스럼없이 하는 것이 차별임을 인지해 달라는 것이다. 

정혜실(이주민방송MWTV)

 

감독

로빈 쉬엑 감독 사진

로빈 쉬엑 Robin Shiek

방글라데시 출신으로 한국에서 영상 작업을 하고 있다. 장편 <로니를 찾아서> 등에서 영화 배우로도 활동을 했으며, 배우로의 꿈도 계속 키워가고 있다.

 

장애인접근권 연출 망나(서울인권영화제) 지양, 손다름, 태환, 수진(한국농인LGBT)

한국수어통역 수진(한국농인LGBT)

자막해설 유영(서울인권영화제)

자막 채은, 레고(서울인권영화제)

 

상영 일정

본 상영 11/27 10:00 ~ 11/28 10:00
앙코르 상영 12/1 10:00 ~ 12/6 10:00

 

라이브토크 – 관객과의 대화

12/4 20:00 서울인권영화제 유튜브 채널

스틸컷

댓글

  • 2020년 11월 27일
    혜나언니짱이당

    어머,. 저 혜나 언니 너무 매력적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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